매년 강제 추방되고 있는 이민자 수십만명이 추방집행 전 정당한 재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민당국의 이민자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은 지난 4일 공개한 ‘미국의 추방: 재판 건너뛰는 신속추방’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매년 추방되고 있는 이민자들의 80% 이상이 추방 전 재판을 받지 못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 한해 미 전국에서 강제 추방된 이민자 43만8,421명 중 이민법원 재판을 거쳤거나, 이민판사와 단 한 번이라도 면담을 거친 이민자는 7만5,000여명에 불과했다.
반면, 추방 이민자의 83%에 달하는 36만여명은 이민재판은커녕 강제 추방되기 전 자신의 처지와 상황을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방되는 이민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강제 추방되고 있는 셈이다.
ACLU는 이 보고서에서, 이민재판 없이 행정 절차만을 통해서도 이민자를 간단히 추방할 수 있는 ‘신속추방’(expedited removal) 방식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에 자녀와 가족을 둔 이민자들이 가족과 작별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추방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목숨을 걸고 사지를 탈출한 이민자들을 또 다시 사지로 내모는 비인도적인 사례들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재판 절차 없이 행정 절차만을 통해 이민자를 추방하는 ‘신속추방’ 방식은 국경에서 적발되는 밀입국자들을 신속하게 추방하기 위한 행정 편의 절차였다.
하지만, 최근엔 미국에 생활기반을 둔 이민자들조차 신속 추방되는 경우가 많아 추방 대상자가 아닌 이민자가 실수로 추방되거나 순식간에 가족들이 생이별하는 비인도적인 추방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ACLU의 주장이다.
<미주한국일보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