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이민(EB-5) 신청에 대한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자격자에게 이민비자를 승인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밝혀졌다.
ABC뉴스가 국토안보부 내부문건을 입수해 3일 온라인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외국 투자가들 가운데 사기.돈세탁 등의 전력이 있는 경우에도 투자이민을 승인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은 심지어 아동 포르노 웹사이트와 관련된 신청자도 승인된 사실도 있다면서 테러리스트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는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연방상원의원의 주장을 전했다.
엉터리 심사의 전말은 5명의 국토안보부 내부고발자가 ABC뉴스에 이를 공개함으로써 밝혀졌다. 고발자들은 “여러 차례 경고가 전달됐지만 투자이민 프로그램이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 민주.공화당 모두 선호하는 것이어서 대부분 묵살됐다”고 폭로했다.
투자이민 프로그램은 100만 달러 이상을 미국 내 기업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2년짜리 임시 영주권을 발급해 주고 이 투자를 통해 최소한 1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음이 인정되면 2년 후 정식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EB-5 가운데 주변 지역보다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리저널 센터 프로그램’으로 50만 달러 이상만 투자해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외국 자본을 유치해 미국 국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리저널 센터가 있는 곳을 지역구로 둔 연방 의원들이 더 적극적이며 현재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을 영구적 프로그램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도 연방의회에 상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내부 고발자들은 심사 과정에서 케이스를 빨리 처리해 달라는 정치인들의 압력이 상당해 제대로 된 심사를 하지 못하거나 문제가 발견돼도 승인하게 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SLS호텔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주로 중국인 투자자들을 모집한 이 프로젝트는 신청자들에 대한 심사 결과 과거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사람 등 승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여러 건 있었으나 신속히 해외 투자자 유치가 되지 않을 경우 주 투자기관인 JP모건체이스가 투자를 철회할 것을 우려한 해리 리드 당시 연방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당시 이민서비스국(USCIS) 국장에게까지 직접 청탁해 기각 결정이 승인으로 뒤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한때 한국 출신도 많이 몰렸던 투자이민은 최근 들어 한국 출신 투자자가 급감하는 반면 중국 출신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몰려 회계연도 개시 몇 달 만에 연간 1만 개의 쿼터가 동이 나 우선일자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주중앙일보 박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