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비자협정 체결 이후 미국을 찾은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공항의 입국심사 과정에서 젊은 한인 여성들이 유흥업 종사 등 불법 목적 입국자로 오인돼 곤욕을 겪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이민 당국은 무비자 입국자들 외에도 취업이나 방문비자 소지자들까지도 무차별적으로 심사를 강화해 2차 심사대로 넘기는 경우도 많아 한인 입국자들의 불편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가격비교 사이트를 예약해 ‘인천-시애틀-LA’ 왕복 항공권을 끊은 김모(32·여)씨는 미국 땅에 도착한 첫날 불쾌함을 잊을 수 없다. 최근 직장을 그만두고 휴식 차 미국 여행길에 오른 그녀는 시애틀 국제공항 입국심사대에서 2시간이나 억류됐던 것.
김씨는 “입국심사관에게 미국 여행을 왔고 왕복 항공권까지 보여줬는데 다짜고짜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해서 황당했다”며 “이유를 물었더니 젊은 여성들이 미국에 입국한 뒤 사라진다며 나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고 당시 경험을 전했다. 그녀는 “결국 2차 심사대에서 가방수색까지 당한 뒤 2시간 만에 입국심사장을 나올 수 있었지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한국의 오빠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이모(28)씨는 더 황당한 경우를 겪었다. 이씨는 입국과정에서 취업비자를 보여줬음에도 2차 심사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이씨는 “유효한 합법비자로 입·출국하는데 무슨 이유로 이같은 대우를 하느냐고 따졌지만 심사관은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공항에서 젊은 여성을 까다롭게 심사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취업비자 받은 사람까지 의심할 줄은 몰랐다. 심사관들이 나를 범죄자처럼 취급해서 몹시 불쾌했다”고 말했다.
공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처럼 연방 이민세관국경국(CBP)은 미국에 무비자로 입국한 뒤 유흥업 등에 종사하거나 불법체류자로 눌러 앉을 것 같은 젊은 여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CBP는 한미 무비자 프로그램 시행 이후 미국 내 유흥업소에서 일하거나 성매매에 연루된 한인 여성들이 늘어나자 입국심사를 강화했다.
CBP 측은 “무비자든 비자를 소지한 사람이든 원칙적으로 방문 목적이 의심스럽거나 미국의 안전을 해칠 것으로 판단되는 입국자는 2차 심사 및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며 “방문 목적과 달리 불법취업이 의심되는 여성들도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LA 공항의 한 관계자는 “입국심사대에서 손님을 인솔하다 보면 의심스러운 젊은 여성들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오거나 홀로 들어오지만 눈빛이 불안함을 보인다. 무비자로 미국을 여행한지 몇 달 만에 다시 입국하는 여성 여행객들은 2차 심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자 소지자는 입국심사 때 관련사항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무비자 관광객은 현지 체류지 및 왕복 항공권과 본국 귀국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유흥업소 취업을 목적으로 미국을 찾는 젊은 여성들은 강화된 입국심사를 피해 하와이와 라스베가스를 경유지로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 미주한국일보 김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