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로 유학 와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2010년 한국 대기업의 미주 지사에 취업한 한인 김모씨는 출장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4개월여를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미국에서 취업비자(H-1B)로 체류신분을 변경해 합법적으로 일해 오다 지난해 10월 출장차 한국에 나간 길에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비자 스탬프를 받기 위해 인터뷰까지 마쳤지만 이후 2월 말까지 무려 4개월 동안 비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변에 취업비자를 받는 지인들의 경우 대사관에서 우편으로 비자를 받기까지 늦어도 3주 정도면 된다고 들었으나 4개월이 되도록 비자를 찍은 여권이 오지 않았다”며 “회사 법무팀과 이민 변호사를 통해 수차례 알아봤으나 미국대사관에서는 그냥 기다리라는 답변만 돌아와 황당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 취업비자 등으로 체류신분을 변경한 뒤 비자 스탬프를 받기 위해 서울의 미국대사관을 방문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수개월이 넘게 비자발급이 지연돼 피해를 보는 한인들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김씨처럼 미국에서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일부 한인들의 경우 재입국을 위해 취업비자 스탬프를 받기 위해 미국대사관에 비자발급을 신청했으나 보통 일주일 정도 걸리는 비자발급이 이유 없이 지연되면서 직장에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하는 등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할리웃에서 활동해 오던 한인 이모씨도 미국에서 이민국으로부터 특기자들에게 발급되는 O비자로 변경 승인을 받은 뒤 지난해 말 한국에 나가 비자 스탬프를 받아오려다 비자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현재 3개월째 미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
이씨는 “비자 변경 승인은 물론 대사관에서 인터뷰까지 마쳤는데 무슨 영문에서인지 비자 발급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민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주한 미국대사관 비자 발급 지연에 따라 미국 재입국이 늦어지면서 업무상 또는 개인 일정 등 피해를 보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법 전문 이경희 변호사는 “미국대사관의 이유 없는 비자발급 지연에 따라 취업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한 고객이 미국으로 재입국까지 총 4개월 이상 소요됐었다”며 “대사관 측에 정식 항의서한까지 수차례 발송했으나 아무런 이유 없이 기다릴 것을 요구했을 뿐 지연에 대한 어떠한 설명이나 사과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민 변호사들에 따르면 비자 발급지연으로 일부 한인들은 기업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우수 인력을 채용한 미국 내 기업들도 직원의 비자 발급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어쩔 수 없이 해고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윤석민 선수는 취업비자 발급지연으로 등판 일정이 늦춰지고 있으며, 한국의 한 국회의원의 경우 지난해 미국 비자발급이 늦어져 예정돼 있던 미주 지역 국정감사에 참석하지 못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