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국에서 미국 취업비자(H-1B)를 지원했다 추첨에서 떨어진 김모씨 부부. 30대인 부부는 미국행이 좌절되자 다른 방법을 찾았다.
김씨는 “취업비자에 떨어진 뒤 유학원 상담을 받아 남편과 어학연수용 학생비자(F1)를 준비했다. 유학원에서 큰 문제없다고 했는데 대사관 인터뷰에서 영사는 두 차례나 승인을 거부했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김씨 부부는 미국 비자 승인을 기대하며 직장을 그만두고 집까지 처분했다. 살던 집을 처분해 잔고증명에는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한 영사 두 명은 단호했다.
김씨는 “첫 번째 영사는 우리 부부가 학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비자 승인을 거부했고 두 번째 영사는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 같지 않다고 돌려보냈다”면서 “남편이 전문직 직장인이고 재정문제도 없는데 왜 거부됐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세 번째 비자 신청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30~40대 한국인 직장인들의 미국 비자발급 거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특정 연령대의 학생비자, 투자비자(E2) 신청을 단번에 거부하는가 하면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이 승인한 취업비자 인터뷰마저 시간을 수개월까지 끌고 있다.
비자발급을 거부당한 이들은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남가주 한 신학대학을 다니던 김모(32)씨는 지난여름 학생비자를 연장하러 한국에 나갔다가 발이 묶인 상태. 김씨는 “대사관 영사가 기록을 보더니 갱신 필요성을 못 찾겠다며 비자연장을 거부했다. 학위를 마쳐야 하는데 재입국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조기 유학생 출신인 이모(24)씨는 군복무 후 복학준비로 미국대사관을 찾았다가 학생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이씨는 “미국에서 다녔던 대학으로 복학해야 하는데 영사관은 제대 후 공백기간과 학업성적을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했던 또 다른 학생은 재정증명을 이유로 학생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한국 유학원과 이민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주한미국대사관은 ‘상식과 체류 목적’을 기준으로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30~40대 한국인들이 학생비자나 E2 종업원비자 등을 신청할 때는 ‘장기체류’ 목적을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유학협회 소속 우리밝은유학원 노춘호 원장은 “비이민비자 신청자 60% 이상이 미국 입국 후 체류신분 전환 등 이민을 염두에 둔다”며 “대사관도 이런 경향을 인지하고 있다. 비이민비자 인터뷰 신청자 중 절반 가까이 비자거부 통보를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노 원장은 “최근 30~40대가 비이민비자 인터뷰 문의자 대부분을 차지한다. 30대 초중반은 일단 미국에 들어온 뒤 지인을 통한 구직이나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고 40대 부부들은 가장이 학생비자를 받는 방법으로 동반자녀가 공립학교에 들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김형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