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한국 국적법으로 인해 미국에서 출생한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들의 병역의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후천적으로 미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 남성들도 병역 문제 때문에 취업에 필요한 재외동포비자(F4) 발급이 거절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홀로 남가주 지역 대학에 유학 왔다가 현지 미국기업에 취직해 영주권을 취득하고 이후 시민권까지 딴 한인 정모(33)씨는 최근 부모가 거주하는 한국 내 중소기업에 취업한 뒤 이를 위해 재외동포비자(F4)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법무부가 밝힌 정씨의 F4비자 거절사유는 직계존속이 미 시민권이나 영주권 취득 기록이 없어 병역기피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 국적을 상실한 경우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후천적 시민권 취득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해 부모님이 계시는 한국에서 취업을 위해 F4비자를 받으려고 했는데 비자를 거절당하니 당황스럽다”며 “후천적 시민권자들에게도 재외동포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는 불합리한 규정은 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유학 도중 취업이나 시민권자인 배우자와 결혼해 후천적으로 미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 남성들 가운데 한국에서 장기체류를 위해 재외동포비자 발급을 신청해도 병역 회피자로 분류돼 F4비자를 발급 받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법무부는 법률 규정에 따라 ▲선천적 이중국적 남성 가운데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18세 이전에 한국 국적을 이탈해 외국인이 된 경우 ▲한국 국적 남성이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경우 ▲국익의 안전에 위험한 경우에 한해 F4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LA 총영사관 김현채 국적담당 영사는 “후천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남성들 가운데 병역회피 목적이 아니더라도 사증 심사과정에서 병역과 맞물려 비자 발급이 불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이런 경우 병역 제한 나이인 38세까지는 한국에서 장기체류 및 영리활동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